국가유산청 국립문화유산연구원 국립서울문화유산연구소(소장 김지연)는 서울 풍납토성 서성벽 복원지구 발굴조사에서, 성공적인 축성을 기원하기 위한 의례행위의 흔적과 한성기 백제인의 축성기법을 새롭게 확인하였다. 이에, 10월 17일과 18일 오후 2시 총 2회에 걸쳐 그 결과를 공개하는 현장설명회를 개최한다.
* 발굴 현장: 서울특별시 송파구 토성로2
국립서울문화유산연구소는 지난 2017년부터 실시해 온 풍납토성 서성벽 복원지구 발굴조사를 통해, 백제인의 왕성 축조를 위한 기획과 축조과정, 토목기술을 확인해왔다. 둘레 3.8km 이상의 성벽으로 이뤄진 풍납토성은 한강변 강 안쪽 충적대지에 지어졌는데, 한강변은 왕성의 입지 측면에서는 수로와 육로의 교통로 확보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지만, 홍수와 범람, 이로 인한 한강변의 배후습지를 극복해야 한다는 어려움도 있었다.
이에 백제인들은 한강변 자연제방을 활용하고 자갈층과 부엽층을 깔아 배후습지를 극복하여 성벽 축조의 기반을 마련하였으며, 성벽 축조 이전 시기부터 이용해왔던 통행로를 왕성의 성문과 연결해 내부 도로로 활용하였음을 확인한 바 있다.
* 충적대지: 하천에 의해 운반된 자갈, 모래, 진흙 등이 범람하여 천변의 낮은 땅에 퇴적되어 만들어진 대지
* 부엽층: 토성이나 대규모 토목구조물을 축조할 때, 흙을 쌓아 올리기 전 또는 축조 과정 중에 갈대, 초본류, 나뭇가지, 식물섬유 등의 유기물을 보강재로 삽입하여 형성한 층으로 배후습지나 연약지반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함.
올해 발굴조사에서는, 백제인들이 한강변의 자연제방을 이용하여 왕성의 기초를 마련하면서 다양한 의례행위를 했던 양상을 확인하였다. 서성벽의 기반층에서는 의례에서 사용했던 여러 종류의 지진구(地鎭具)가 확인되었으며, 서문지에는 동물 유체를 공헌물로 매납한 흔적이 다수 발견되었다. 이러한 의례행위는 왕성의 성공적인 축성을 기원하고 대규모 공사의 공식적인 시작을 알리는 의미로 해석된다.
* 지진구(地鎭具): 건물을 짓기 전, 땅의 기(氣)를 진압하여 안전을 빌기 위해 봉안한 상징물
* 공헌물(貢獻物): 과거 사람들이 신이나 초자연적인 존재에게 바치기 위해 의도적으로 남긴 물건을 의미. 이를 통해 당시 사회의 구조, 경제적 상황 등을 이해할 수 있음.
* 매납(埋納): 의도적으로 땅에 묻거나 숨기는 행위
이와 함께, 길이가 2.5m 이상인 장목주(長木柱)가 발견되었는데, 이는 현대 건축물의 뼈대가 되고 구조적 안정성을 위해 사용되는 에이치(H)빔과 같은 역할을 했을 것으로 파악된다.
참고로, 판축기법으로 쌓아올린 풍납토성의 성벽은 판축단위인 평면 직사각형(장방형)의 판괴(版塊)를 연속으로 덧대어 축조되었으며, 판괴를 만들기 위한 판축구조물도 다양하게 확인되었다. 물성이 다른 흙을 켜켜이 다져 올린 판축기법과 판축 단위 곳곳에서 확인되는 판축구조물은 한성기 토목기술의 집합체로 평가된다.
* 판축(板築)과 판축구조물: 판축은 판축구조물이라 부르는 방형의 틀을 짠 후 틀 안에 일정한 두께의 물성이 다른 흙을 교대로 쌓아 올려 다진 것을 말함. 쌓아 올린 흙 한 덩어리를 판괴(版塊)라 부르며 완성된 판괴의 앞뒤와 좌우에 판괴를 계속 붙여 나가면 성벽이 완성됨.
그 간의 발굴조사 성과와 출토유물을 통해 백제인의 토목기술을 확인할 수 있는 이번 풍납토성 서성벽 복원지구 발굴조사 현장설명회는 10월 15일 오전 10시부터 각 회당 30명씩 사전 신청을 통해 선착순으로 참여할 수 있다. 국립서울문화유산연구소 누리집(https://www.nrich.go.kr/seoul/index.do) 내 현장설명회 안내글에 첨부된 양식을 작성하여 안내에 따라 신청하면 되며, 선정 결과는 10월 16일 오후 5시 이후 누리집에서 확인 가능하다.
국립문화유산연구원 국립서울문화유산연구소는 앞으로도 발굴조사 성과를 국민과 지속적으로 공유하여 찬란했던 한성기 백제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의 장을 마련할 것이다.
< 풍납토성 서성벽 복원지구 전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