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펌프장에서 풍수해 대비 훈련
주민이 직접 엔진양수기 가동 시범
지하주택 위한 투명 물막이판 호응
박희영 구청장 “반복 훈련으로 체득”
“뒤에 서 계신 분들~. 이리 좀 와 보세요. 직접 해보셔야 해요.”
지난 14일 ‘2025년 풍수해 대비 종합훈련’이 실시된 서울 용산구 원효빗물펌프장. 훈련에 참가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지역자율방재단복을 입은 지역주민들에게 손짓하며 “엔진양수기를 직접 가동해 보라”고 채근했다. 그러자 멀찍이 떨어져 있던 주민들도 목장갑을 끼고 나섰다. 주민들은 주택 침수를 가상한 침수 피해에 대비해 모래주머니를 쌓고 수중펌프를 가동하며 실전처럼 훈련에 임했다. 매년 반복되는 훈련이라지만 차분히 모래주머니를 나르는 주민들의 모습은 자못 진지했다.
이날 훈련은 지난해 8월 한반도를 강타했던 태풍 종다리의 북상을 가상상황으로 설정했다. 서울 전역에 순간 최대 풍속 30m의 강풍과 함께 시간당 96㎜ 집중호우가 발생한다는 상황이었다. 구 관계자는 “풍속 30m 세기는 사람이 바람 방향으로 나아갈 수 없으며 서 있기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박 구청장은 “지난해 가로수가 넘어진다거나 큰 나무들이 뿌리째 뽑힌다든가 그런 피해가 컸다”면서 “올해도 유난히 강풍이나 돌풍에 대한 부분이 걱정”이라고 했다.
용산구는 특히 지하 주택이 많아 침수 피해에 대비한 훈련이 중점적으로 실시됐다. 집중호우가 발생했을 때 도로 노면수의 유입을 막기 위해 지하 주택 출입구나 창문에 투명 물막이판을 설치하고 지하 주차장으로 유입되는 물을 막기 위해 플라스틱으로 된 임시 물막이판 설치가 시연됐다. 구 관계자는 “지하 주택에 설치하는 물막이판이 원래 알루미늄판이었는데 채광이 좋지 않아 집주인이나 세입자들이 선호하지 않았다”면서 “투명 물막이판으로 바꾸고 나서 선호도가 꽤 올라갔다”고 귀띔했다.
이날 훈련은 한강과 만초천 수위 상승을 가정해 원효빗물펌프장 1~5호기를 차례대로 가동하고 흡입식 준설차량으로 빗물받이와 하수관로에 쌓인 낙엽 등 협잡물을 제거하는 작업까지 마친 뒤 종료됐다. 훈련에 참가한 하성수 자율방재단장은 “한 번이라도 이렇게 실전훈련을 하는 게 위기가 닥쳤을 때 바로 조치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된다”고 말했다.
황비웅 기자